AI 음악을 유통하며 처음으로 기준이라는 것을 의식하게 됐다
AI로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감정은 놀라움이었다. 버튼 하나만 눌러도 충분히 그럴듯한 음악이 완성된다는 점이 신기했고, 그 결과물의 완성도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음악 작업에 오랫동안 호기심은 있었지만, 전문적인 지식 없이 접근하기는 쉽지 않았던 나에게 AI 음악은 새로운 가능성처럼 느껴졌다.
처음에는 이 음악들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았다. 유튜브에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올리고, 하나의 흐름으로 감상하는 방식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 단계에서는 큰 불편함이 없었다. 지금도 여전히, 상당수의 경우에는 사람들이 AI로 만든 음악을 듣자마자 구별해내기는 어렵다고 느낀다. 적어도 감상자의 입장에서는 그렇다.
유통을 생각하기 전까지는 보이지 않던 것들
하지만 작업이 조금씩 쌓이고, 이 음악들을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유통’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감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플레이리스트로 묶여 있을 때는 자연스럽게 흘러가던 음악들이, 음원 하나하나를 따로 놓고 들으니 다르게 들렸다.
곡의 구조가 지나치게 안정적으로 느껴지거나, 전개가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지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듣기에는 무리가 없지만, 개별 곡으로서의 성격이 옅게 느껴지는 순간들도 있었다. 이전에는 문제로 인식하지 않았던 요소들이, 유통을 전제로 바라보는 순간부터는 판단의 기준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AI 음악의 장점이 기준을 바꾸는 순간
AI 음악의 가장 큰 장점은 일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빠르게 결과물을 만들 수 있고, 작업의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한 강점이다. 하지만 유통을 기준으로 삼기 시작하자, 이 장점이 그대로 한계처럼 느껴지는 순간도 생겼다.
안정적인 구조는 곧 예측 가능한 구조가 되기도 했고, 균일한 완성도는 개별 곡의 개성을 드러내는 데에는 오히려 장애가 되기도 했다. 감상 단계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던 이 차이들이, 유통이라는 문턱 앞에서는 분명한 기준이 되었다.
기준이 엄격해진 것이 아니라, 달라졌다는 감각
이 시점에서 나는 작업을 대하는 태도를 다시 점검하게 됐다. 이전보다 더 까다로워졌다고 느낀 순간도 있었지만, 곧 그것이 기준이 엄격해졌기 때문이 아니라 기준이 달라졌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튜브에서 플레이리스트를 구성할 때는 흐름과 분위기가 가장 중요했다면, 유통을 전제로 음원을 바라볼 때는 곡 하나만으로도 선택될 수 있는 밀도와 개성이 필요했다. 그래서 이전에는 충분하다고 느꼈던 음악들도 다시 듣고, 다시 판단하게 됐다.
유통을 통해 드러난 질문들
이 과정을 거치며 자연스럽게 질문들이 생겼다. 이 음악은 어떤 맥락에서 선택될 수 있는가, 그리고 내가 이 결과물에 대해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유통은 단순히 다음 단계가 아니라, 창작자의 판단과 태도를 다시 묻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경험 이후, 나는 무엇을 만들 수 있는가보다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먼저 고민하게 됐다. 유통은 목표가 아니라 선택이라는 인식도 이때부터 분명해졌다.
이 글은, AI로 만든 음악을 실제로 유통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하며 처음으로 기준이라는 단어를 의식하게 되었던 그 시점을 기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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